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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23-01-05
[굿모닝칼럼]대학야구연맹, 말뿐인 선거공약과 요원한 정상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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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야구의 해라고 할 만큼 3월의 WBC 대회를 시작으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APBC 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야구는 지난해 경기인 출신인 허구연 전 MBC해설위원이 KBO 총재로 취임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KBO리그가 관중입장을 전면 허용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주춤했던 프로야구의 인기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또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신세계 이마트배 고교야구대회, 노브랜드배 고교동창야구대회를 신설하면서 침체된 아마야구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연말에는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중단되었던 야구·소프트볼인의 밤 행사가 열리는 등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의미 있는 한해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대학야구로 시선을 돌려보면 오랫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던 한국대학야구연맹의 행정이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국대학야구연맹은 지난해 전임 고천봉 회장이 시즌 도중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후 7월에 열린 보궐선거를 통해 최준상 거성축산 대표가 제7대 회장에 당선되었다. 최준상 회장은 8월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인준을 받은 데 이어 10월에는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였고 12월에 연맹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을 완료하고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선임 및 이사회 소집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연맹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연맹의 현재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대학야구연맹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해 고천봉 회장이 사퇴한 후 비상대책위원회가 임시로 만든 홈페이지에서 내용만 조금 추가되었을 뿐 업그레이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최소한의 경기일정과 결과 및 공지사항 등의 자료만 올라와 있을 뿐 연맹의 연혁과 조직도 및 정관, 팬들을 위한 게시판 등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대학야구연맹의 최준상 회장은 지난해 굿모닝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말까지는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선거 1호 공약이었던 선수등록비 폐지와 더불어 인터뷰 때 언급했던 홈페이지 업그레이드 및 안정적 운영, 연맹 재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 대회 중계권 확보 등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준상 회장은 지난 10월의 임시총회에서 "선거공약이었던 선수 등록비 폐지 문제를 검토해 본 결과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대의원들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연맹 대의원들은 "공약을 1년도 되지 않아 번복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D대학 감독은 "선수 등록비 폐지는 회장님의 선거공약이었다.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상황이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2023년은 등록비를 폐지하고 2023년 시즌이 끝난 후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선수 등록비 폐지 건은 추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최준상 회장은 지난해 말 대학 감독자협의회 회장을 만나 선수 등록비 폐지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호소하였고 이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다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맹의 재정 구조를 살펴보면 공인료(공, 배트) 및 매년 각 팀들이 납부하는 선수 등록비와 회장 출연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지원금 외에는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해 고천봉 전 회장이 퇴임한 후 연맹의 재정은 거의 바닥인 상태였으나 7월의 보궐선거에서 두 명의 후보가 각각 득표율 미달로 선거운동 때 기탁한 기탁금 3000만원과 1500만원을 찾아가지 못했고 이 금액은 그대로 연맹 통장에 남아 그동안 운영비로 사용되었다.
 
연맹은 지난해 말경 공인구와 공인배트업체를 새로 선정하면서 공인료를 수령했고 최준상 회장이 당초 약속한 1억원의 출연금 중 2000만원을 기탁하면서 운영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운영비를 모두 사용하고 올해 각 팀들로부터 선수 등록비를 받지 못하게 될 경우 대회 진행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최준상 회장은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이 문제는 조만간 개최될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수면 위에 오르겠지만 어떻게 결론이 나오든 간에 대학야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준상 회장은 굿모닝스포츠와의 인터뷰 후 연말에 기자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사퇴를 생각해 본 적은 없으며 연맹 운영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선수 등록비 폐지 문제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지만 늦어도 정기대의원총회 전까지는 각 팀 감독들을 어떻게든 설득해 선수 등록비 납부를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준상 회장은 자신의 대표 선거 공약이었던 선수 등록비 폐지 약속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 연맹 대의원들은 지난해 임시총회와 같이 다음 정기총회에서도 이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맹 재정이 바닥나 결국 운영이 어렵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해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감독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만약 연맹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어 각 대학들이 어쩔 수 없이 선수 등록비를 납부하게 된다고 해도 가뜩이나 그동안 야구계로부터 불신을 받아온 연맹은 더욱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최준상 회장은 등록비 폐지 문제를 비롯한 나머지 선거 공약의 달성 가능성 여부 및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대의원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아울러 대의원들 역시 한국대학야구연맹의 운영과 관련하여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경우의 수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년 올해는 계묘년 토끼의 해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 '꾀 있는 토끼는 만일에 대비하여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연맹 대의원들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충분한 대책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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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현선 기자 ihu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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